비 오는 날 달리는 러너의 감성과 삶의 태도를 담은 에세이. 젖은 마음으로 걷는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의 글.
비 오는 날 러닝이 주는 것들 – 젖은 마음, 달리는 삶
1. 비가 오는 날, 왜 달리게 될까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흔히 “비 오는 날엔 쉬자”고 말하지만,
러너에게는 오히려 그날이 달리기에 가장 솔직한 날일 수 있다.
조용해진 거리, 우산 대신 모자를 눌러쓰고 천천히 신발끈을 고쳐 매는 순간.
땀과 빗물이 섞여 흘러내릴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나선다.
이유는 단 하나.
비 오는 날에는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온전히 나만의 호흡으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 빗방울과 함께 뛰는 감각
첫 발을 떼자마자 발끝에 찬물이 스며든다.
운동화 바닥에 고인 물이 불편함을 주지만,
몇 분 뒤부터는 그마저도 자유로움이 된다.
도시는 갑자기 조용해지고,
소음보다 물소리가 커지는 순간이 온다.
젖은 나뭇잎의 향기,
축축하게 늘어진 공기의 무게,
그리고 그 속에서 가벼워지는 마음.
러너는 그 순간,
외부 세계와 단절되며 자신과 가장 가까워진다.
“나는 지금 여기서 숨 쉬고 있다.”
그 단순한 사실 하나로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다.

3. 러닝화에 고인 물, 그리고 멈추지 않는 걸음
길 위에 흐르는 물줄기를 피해보려 하지만,
어느새 러닝화 속까지 젖어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불편함은 멈추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오늘의 작은 도전이 된다.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나를 멈출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나왔다.
뛰었다.
그리고 뛰고 있다.
이런 날의 러닝은 기록보다 존재에 대한 증명이 된다.
“나는 나를 오늘도 움직였다”는 사실이,
기록표보다 오래 남는다.
그것은 달리기를 넘어 삶을 마주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4. 비 오는 날의 러너들에게
살다 보면,
예고 없는 비처럼 감정의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도 많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날,
말없이 젖어버린 하루.
그런 날의 저녁에 뛰기 시작하면,
어쩌면 우리는 그런 감정들을 조금씩 흘려보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치유다.
누군가에게는 습관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자신을 일으키는 작은 발걸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 오는 날에도 달리는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이
우리가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위로이자 응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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